Skip to content

장미아파트 3부

 at 오후 01:00

장미아파트 101동 000호

하지만 이튿날 밤, 그 소음은 더욱 심해졌다. 끊임없는 발소리, 물건을 끄는 소리, 그리고 때때로 들리는 목소리들이 그녀의 집을 가득 채웠다. 영희의 불안감은 점점 커져만 갔다.

그 날, 영희는 엘리베이터에서 우연히 위층 가족을 만났다. 영희는 용기를 내어 상황을 언급했다. “죄송한데, 요즘 밤마다 아이가 뛰어다니는 소리 때문에 잠을 못 이뤄요.”

그러자 아이의 엄마가 놀란 표정으로 대답했다. “우리 아이요? 아닌데요, 우리 아이는 정말 조용한 편이에요. 아마 잘못 들으신 게 아닐까요?”

그녀의 말투와 표정은 너무나도 자연스러워 영희는 순간적으로 자신이 잘못 들었나 싶었다. 하지만 아파트로 돌아온 영희는 다시 똑같은 소음에 시달렸다. 발소리, 물건을 끌어당기는 소리, 간혹 들리는 큰 소리들까지. 영희의 공간은 더 이상 평화로울 수 없었다.

영희는 모든 것이 자신을 압박한다고 느낀다. 아파트의 벽들이 점점 가까이 다가오는 듯하고, 천장은 거대한 눈처럼 그녀를 주시한다. 일상의 소리들은 이제 극도의 공포를 불러일으키는 왜곡된 메아리로 변모한다.

”분명 윗집이 나를 싫어하는게 분명해” 층간소음으로 인해 고통스러워 하는 영희

영희는 현실을 통제할 수 없다는 것을 점점 더 느낀다. 머릿속은 혼란스러운 생각으로 가득 차고, 가슴은 공포로 빠르게 뛴다. 손을 바라보며 실체를 확인하려 하지만, 손끝에서 시작된 떨림은 그녀를 점점 불안하게 만든다.

자신의 목소리를 듣고자 입을 여는데, 들려오는 것은 끔찍한 외침, 웃음, 불명료한 단어들의 집합이다. 이 소리들은 머릿속을 맴돌며, 탈출구를 찾아 헤매는 영희의 정신을 괴롭힌다.

쿵 쿵 쿵 천장의 묵직한 타격음과 함께 심장 박동이 크게 들린다. 갑자기 자신이 소리와 하나가 되어 버린 듯한 느낌을 받는다. 현실과 환각은 뒤섞여 구분 불가능해진다.

자신의 정체성을 지키기 위해 발버둥치지만, 귀트임은 그녀를 정신적 파멸로 더 깊이 이끈다. 이제 영희는 사람들과의 연결이 끊어진 것을 느낀다. 고립되고 버려진 섬처럼 느껴진다. 고독과 절망 속에서, 영희는 자신이 견딜 수 있는 것보다 더 많은 것을 겪는다.

영희의 정신은 깨어지는 유리처럼 산산이 부서지며, 그녀의 내면에서는 귀트임이 야기한 혼란과 공포가 폭풍처럼 몰아친다. 그녀는 자신이 무엇인지, 어디에서 왔는지조차 구분할 수 없게 되었다. 영희는 변해가고 있었다. 그녀의 인간성은 점차 흐려지고, 어떤 괴물로 변모해 가는 듯했다.

그 순간, 집 안에 숨 막히는 침묵이 내려앉는다. 영희는 고요 속에서 자신의 숨소리만을 듣는다. 그 소리는 점점 더 크고 강렬해져 간다. 갑자기, 창밖에서 무언가가 그녀의 방으로 빠르게 다가오는 것이 보인다. 그것은 무엇인가?